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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현대미술관회

백남준 서거10주년 리뷰

Nam June Paik


김희영 (국민대 교수, 미술사 박사)


백남준, 로봇시리즈 <살롯 무어만>, <존 케이지> ⓒ2016 갤러리 현대

올해는 백남준(1932-2006, 1.29) 작가가 작고한지 10주기가 되는 해로 현대미술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하고 실험적인 작업을 지속하면서 예술의 의미와 가능성을 확장했던 작가의 삶과 업적을 새롭게 돌아보게 된다. 비디오아트의 아버지로 기억되는 백남준 작가의 추모는 작품의 보존의 문제에 대한 국제세미나를 포함하여, 플럭서스를 거쳐 뉴미디어아트로 논의되는 현대미술작품과의 연관 관계 안에서 작가의 실험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하는 국내·외의 다양한 전시와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시립미술관 SeMA홀과 재능문화센터에서 개최된 국제 심포지엄과 워크숍 <백남준 테크니스트 3인에게 듣는다/묻는다: 백남준 비디오 조각 보존과 뉴미디어 아트의 미래>(2016.1.27-28)으로작가의추모기념행사가막을열었다. 이자리를 통해 백남준작업을 기술적으로 도왔던 마크 파스팔(Mark Patsfall), 폴 게린(Paul Garrin), 이정성 3인이 비디오 작업의 보존에 관련된 진지한 논의를 펼쳤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작가의 추모 전시 <백남준, 서울에서(Nam June Paik: When He Was In Seoul)>가 갤러리 현대에서 개최되었다(2016.1. 28-4. 3). 1990년 7월 20일 백남준은 요셉 보이스(1921-1986) 작고 4주기를 추모하면서 굿 형식의 퍼포먼스 <늑대 걸음으로>를 갤러리 현대 뒷마당에서 실행하였다. 이날 보이스를 대신해서 망가진 피아노와 위가 뚫린 중절모를 놓았고 백남준은 무당이 되어 펼친 진혼굿을 통해 작가가 보이스에게 한국에서 굿판을 함께 벌이자고 했던 약속을 지켰던 것이다. 26년이 지난 올해 <늑대 걸음으로>와 연관된 기록과 오브제, 작가가 직접 입었던 옷과 갓, 그가 사용하고 서명을 남긴 오브제들로 재연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3대의 가족 계보를 보여주는 <로봇 가족> 시리즈(1986), 존 케이지, 샬롯 무어만(1990)의 로봇 시리즈를 포함하여, <스위스 시계>(1995), <TV 부처>(1994)등의 폐쇄회로를 이용한 작업 및 설치 등 주로 1980-90년대의 작업이 소개되었다.

한편 작가의 비디오 작업과 구별되는 <무제(진영선 박사 추모곡)>(1967) 드로잉이 눈길을 끈다. 이는6m한지 두루마리에 적힌 백남준의 시와 악보를 겸한 드로잉으로 실제 연주가 가능한 악보이기도 하다. 백남준이 뉴욕에서 지내던 시기 가깝게 지냈던 물리학자 진영선 박사를 추모하면서 “영선 형께 올림”이라고 적은 이 드로잉에서 작가의 과학적 사고의 가능성을 확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에 대한 존경과 애정이 전해진다. 작가 생전에 자신의 삶에 있어 중요한 인물을 추모했던 기록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작가의 정신적인 유산을 회고한 점이 주목된다.

백남준 아트센터에서는 <유토피안 레이저 TV 스테이션(Utopian Laser TV Station)>이 진행되었다(2016.1.29-1.31). 이는 작가가 1966년에 구상했던 방송채널을 2016년 방식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으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1월 29일 봉은사에서 개최된 작가 추모식을 실황 중계하였고, 생전 작가의 지인들과 각계 인사들의 추모의 시를 생방송으로 전달하였다. 그리고 박승원 작가가 백남준의 퍼포먼스 <피아노포르테를 위한 연습곡>(1960)과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하나>(1962)에 헌정하는 퍼포먼스 <Dear Mr. Paik>를 경기도 고양 작업실에서 실행하여 생방송으로 전송하였다.1)

백남준 10주기 추모 전시는 국내에서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독일 뮌헨의 Galerie Thomas Modern에서는 보이스의 작고 30주기와 백남준의 작고 10주기를 추모하는 전시가 개최되었다 (2016. 2. 19-5. 7). 하이카 그로스만(Heike Grossmann)이 기획한 <요셉 보이스-백남준(Joseph Beuys-Nam June Paik)> 전시는 두 작가의 작업을 플럭서스 예술가 간의 대화로서 소개하였다. 1961년 뒤셀도르프에서 있었던 백남준의 연주에서 처음 만난 두 작가는 이후 11세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모순적인 상황에 대하여 공감하면서 친밀해졌고 1963년부터 1985년까지 협업을 하였다. 이 전시는 예술의 개념을 혁명적으로 확장한 보이스의 작업과 비디오아트로 개척한 백남준의 새로운 시각 언어의 창의성에 주목하여 설치, 조각, 드로잉, 판화작품들을 통해 두 작가 간의 유사성과 독자성을 함께 볼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음악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였으나 무엇보다도 동양적 사고와 서양적 사고를 융합하는 열린 시각, 정신성과 명상에 대한 관심, 다양한 물질을 통하여 예술을 확장했던 실험, 궁극적으로는 예술을 통해 사회에 영향을 주고자 의도했던 점이 독자적인 작업을 했던 두 작가를 이어주는 핵심적인 측면이다. 보이스의 작업은 뮌헨에서 지속적으로 소개가 되었고 뮌헨의 주요 미술관에 주요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이에 반해 백남준은 뮌헨에서 잠시 음악을 수학한 경험이 있었으나 아직까지 주요 전시에서 그의 작업이 소개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가 백남준 작가를 추모하는 데있어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2)

1) 백남준다시보기: 백남준10주기추모열풍」,『 월간미술』373 (2016. 2), p. 174.

    nam-june-paik-joseph-beuys/ 참고 (2016. 4. 30 검색).

그리고 리히텐슈타인 파두츠 미술관에서는 <텔레젠. 예술과 텔레비전(TeleGen. Kunst und Fernsehen(Art and Television))>의 제목으로 1960년대 백남준의 선구적인 작업을 시작으로 하여 동시대작가들의 최근 작업을 예술과 텔레비전의 발전과 전개라는 역사적인 맥락에서

소개하는 전시가 개최되었다(2016년 2월 19일-5월 16일). 이 전시는 독일 본(Kunstmuseum, Bonn)에서 개최되었던 전시(2015. 10. 1- 2016. 1.17)의 순회전으로 디터 다니엘스(Dieter Daniels)가 기획하였다. 텔레비전의 이미지와 메카니즘을 다루기 시작한 1960년대의 역사적인 자료와 작품을 제시한 전시 도입부에서 백남준 작가의 초기 작업이 소개되었다. 1963년 3월 부버탈(Wuppertal)의 파르나스 갤러리에서 전시되었던 백남준의 선도적인 실험적 작업 <Exposition of Music:Electronic Television> 중 <Magnet TV>(1965/1995), <Zen for TV> (1963/1995), <TV Experiment(Mixed Microphones)>(1969/1995), <Sound Wave Input on Two TV Sets(vertical/horizontal)>(1963/1995)의 네작품이 전시되었다. 또한 작가가 1965년 뉴욕으로 이주한 직후에 홈비디오 녹화기(Sony CV-2000/TCV-2010)를 사용하여 제작한 <Study I - Mayor Lindsay>(1965)도 소개되었다. 이것은 텔레비전 방송을 직접 녹화한 이미지로 작업한 것을 텔레비전 스크린에서 다시 보여준 최초의 실험이다. 즉 텔레비전에서 상영된 이미지를 필름에 녹화하여 편집한 이미지를 투사하는 작업과 구분되는 “random access” 비디오 작업의 초기 실험을 보여준다.3) 텔레비전과 시각문화 간의 관계가 격변해 온 과정을 돌아보면서 동시대 미술의 발전적 전개에 백남준의 초기 실험이 가지는 역사적인 중요성을 재고하는 점에서 이전시가 주목된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백남준작가 추모주기전시와 행사들을 통해 작가의 실험이 가지는 미술사적인 의미를 재고하고 현대미술 영역의 확장 가능성에 대하여 향후 학술적인 연구를 다양하게 진행하면서, 한편으로는작가에대한대중적인관심을진작시켜현대예술과문화에대한이해의폭을확장해가게되리라기대해본다.

​3) 김희영「, 텔레비전의과거와미래‘, 텔레비주얼’의얼굴」『, 월간미술』(2016, 4), pp. 128-131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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