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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현대미술관회

올라퍼 엘리아슨의 빛, 물 그리고 베르사이유

Olafur Eliasson Versailles


박경미 (PKM 갤러리 대표)

Olafur Eliasson <Waterfall> 2016, Installation view, Palace of Versailles, 2016

프랑스 파리 교외의 작은 도시 베르사이유에 위치한 베르사이유 궁전은 몇 년 전부터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는 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 전시에 공간을 개방하면서 커다란 호응을 얻어 왔다. 17세기에 건립된 이 궁전은 극도로 화려한 디테일의 내부 장식과 광활하면서도 공예적으로 다듬어진 조경 방식의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는 대표적인 바로크 건축물이다.


당시 프랑스 루이 왕가의 사치스러운 생활의 면모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화려함의 끝을 추구했던 베르사이유 궁전의 모습은 오늘날 동시대 미술가들에겐 대상을 재현하는 고전적인 작업과는 거리가 먼 자신들의 작품과 개념을 상대적으로 돋보이게 해주는 시공을 초월한 미장센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까지 제프 쿤스Jeff Koons를 비롯하여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무라카미 타카시Takashi Murakami, 그리고 현재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올라퍼 엘리아슨에 이르기까지 동시대 미술 담론의 대표적 작가들은 이 고전적인 욕망의 공간 안에서 자신들의 조형언어를 역설적으로 더욱 강렬하게 구현하는 작업에 성공했다.


2007년 런던 데이트 모던의 터바인 홀에 인공 태양을 설치하여 전세계 미술계의 커다란 주목을 받았던 올라퍼 엘리아슨은 늘 자연-과학-예술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그 것을 하나의 총체로서 관람객이 인지하고 경험할 수 있는 작업을 추구해 왔다. 그는 아이스랜드 혈통의 덴마크 작가로서 그 지역의 오염되지 않은 원초적 자연환경에 대한 경험을 작품에 그대로 반영하였으며 자연 현상에 대해 인간이 갖는 근원적 신비함과 이성에 의해 파악 가능한 과학적 원리를 직관적으로 동질화 시키면서 그 지점에서 예술의 역할을 찾아내고자 하였다.


‘올라퍼 엘리아슨 베르사이유 (Olafur Eliasson Versailles)’라는 전시 타이틀로 작품전이 열리고 있는 베르사이유 궁전의 내, 외부에는 야외 작품 3점과 6점의 실내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데, 전시 제목이 암시하듯 장소성이 강조된 이번 전시의 모든 작품들은 공간에 대한 건축적 이해와 해석을 우선적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을 겪으며 현존하고 있는 ‘유물적인’ 장소에 가장 동시대 미술적인 특성을 갖는 작품들을 전시하면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그’ 장소와 시간의 흐름 속에 박제되어 남아 있는 ‘그’ 시대의 미학, 시대의 정신까지도 자신의 작업들 속에 포용하여 결국 시공을 넘어서는 가장 ‘본질적인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유의 탐구를 보여주고자 하였다.


전시되고 있는 9점의 장소 조건적인(site conditional) 작품들 중 가장 하이라이트는 대운하(Grand Canal)에 설치된 약 40미터 높이의 대형 인공 폭포 작업인 ‘Waterfall’이다. 크레인, 펌프 시스템, 호스 등 매우 산업적이고 건조한 구성체계로 이루어진 이 작품의 물리적인 골조는 거대한 물줄기의 움직임이 작동하지 않는 시점에서는 그저 건설 현장의 높은 크레인 타워의 모습일 뿐이다. 그러나 장치가 가동되는 순간 관람객이 마치 허공에서 광활한 하늘을 배경으로 거대한 폭포의 물줄기가 떨어져 내리는 듯한 유사 자연의 스펙터클을 목격하는 것은 너무도 신비로운 체험이다. 이 물줄기는 관람객의 이동 동선의 위치에 따라 또 바람의 강도와 방향에 따라 춤추듯 순간순간 다른 형태로 변하지만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는 자연 원리를 다시금 각성케 해주는 이 작품 앞에서 관람객은 유사 자연에 의해 확인되는 원초적 자연의 거대한 힘과 아름다움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자연의 원리와 힘과 아름다움은 베르사이유 궁전이 제 기능을 했던 17세기에도, 관광지의 기능으로만 남은 현재에도 여전히 동일하게 작용한다. 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채 숨어있는 공간인 별들의 작은 숲 (Bosquet de l’Étoile)안에 놓인 또 다른 야외 설치작품 ‘Fog Assembly’ 역시 ‘Waterfall’과 마찬가지로 미니멀한 형태의 단순한 쇠 파이프 구조물로 된 울타리에서 안개를 분사함으로써 유사 자연을 구현하고 있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야외 설치작품들이 유사 자연의 구현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 전시의 실내 작품들은 건축물 내부의 시각적 요건들과 매우 긴밀하게 조응하며 ‘보는 행위’와 ‘보여지는 것’ 사이의 인식론적 각성을 유발하는 작업들로 구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75미터 길이의 극도로 화려하고 거대한 공간인 ‘거울의 방(Galerie des Glaces)’ 한쪽 끝 벽 공간 안에 삼각형 구도로 서로 맞닿는 거울과 그 앞에 노란색 전등을 장착한 검은색의 반원 프레임 구조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미지 반복의 아름다운 착시를 제공하는 ‘Your sense of unity’는 관객으로 하여금 사물의 실체와 그 것을 보는 행위 그리고 보여지는 것 사이의 근본적 혼돈과 자각을 동시에 체험하게 한다. 그리하여 단순한 과학적 현상을 이용한 설치 작품의 성격을 뛰어 넘어 오래 전 그 시대 이 궁전 주인공들의 환각적이고 자아 분열적인 미학의 극단을 반영한 건축 내부의 장식미가 이 작가의 새로우면서도 과학적인 근본 원리를 그대로 드러내는 조형언어에 반사되어 겹쳐지는 모습은 너무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왕을 지키는 자들의 방(Salles des Gardes de Roi)’에 설치된 작품 ‘Solar compression’은 크기는 작지만 이번 전시 출품작들 중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서의 호소력이 있다. 이 작품의 구성은 사실 매우 단순하다. 약간 배가 나온 두 개의 볼록 거울 사이에 노란색의 단파 광원이 들어가 있고 이 볼록 거울 구조물이 천정에 낮게 매달려 매우 느린 속도로 회전하는 작품이다. 약간 어긋난 시각에서 보면 볼록 거울 표면은 지속적으로 다른 형태의 공간을 반영하면서 예리한 초생달이 서서히 출몰했다 사라지듯이 보인다. 서서히 자전하는 이 볼록 거울 표면에 반영된 왜곡된 공간 이미지는 그 곳에 함께 반영되는 관람객 자신의 모습과 더불어 아주 느린 동작으로 춤 추듯 변화의 사이클을 반복한다.


올라퍼 엘리아슨의 베르사이유 작품전은 작가가 지금까지 발표해 온 그 어떤 전시 공간보다도 의미가 깊은 한 시대 미학의 절정을 보여주는 특별한 공간에서 개최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로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과학적 태도와 창의적 사고가 접목되었을 때 시공간을 초월하여 우리가 예술행위라고 인정하며 공감할 수 있는 가치는 어디까지 확장 될 수 있는가를 훌륭히 보여주고 있는 전시라 하겠다. 왜냐하면 작가에게 있어서 ‘과학적’ 태도란 곧 ‘인간적’ 태도를 의미하며 이러한 관점은 올라퍼 엘리아슨의 모든 예술적 행위에 기초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이기 때문이다.


Olafur Eliasson / Fog Assembly, 2016 / Installation view, Palace of Versailles, 2016

*All photos Courtesy of the artist; neugerriemschneider, Berlin; Tanya Bonakdar Gallery,

New York © 2016 Olafur Eliasson / Photography by Anders Sune Be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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