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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현대미술관회

가능성의 미학을 향한 열정과 지원

아뜰리에 에르메스


안소연 (아뜰리에 에르메스 Artistic Director)

Kim Donghee, Sequence Type:3, 2020, installation view at Atelier Hermès ©Kim Sangtae

도산 공원 앞에 위치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경연장이나 다름없는 패션 하우스들의 본사 사옥 가운데서도 특별한 의미와 아름다움을 가지고 존재한다. 정방형의 대지를 유리 패널로 감싼 모던 건축물의 외양으로 변하지 않을 단아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옥에서 영감을 얻은 중정과 각층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계단을 통해 소통의 디테일을 더한 것이다. 이 건물은 패밀리의 모친이자 건축가였던 故르나 뒤마의 유작으로서 남다른 여운을 더한다. 더욱이 메종 에르메스는 일반적인 마케팅 전략에서 한발 물러나 예술가와 장인들의 상상력에 최우선의 자리를 내주어 온 하우스의 190년 전통을 꾸준히 실천 중이다. 그 결과, 시즌마다 아티스트들이 새롭게 꾸미는 윈도우 프로젝트나 건물의 저층부에 자리잡은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전시활동을 통해 메종은 현대미술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었다.



Maison Hermès Dosan Park ©Masao Nishikawa

이제는 한국미술계에서 독자적인 위상으로 자리매김한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프랑스어로 ‘예술가의 작업실’이라는 의미의 ‘아뜰리에’라는 명칭에서도 드러나듯 현대미술의 현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 흔히 기업의 미술문화 지원이 미술관과 컬렉션을 중심으로 마케팅과 소유의 영역을 확장하는데 비해,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작가를 발굴하고 후원하는데 목적을 둔 ‘에르메스 미술상’을 기반으로 탄생한 만큼, 전시를 통한 작가 지원에 집중해 왔다. 지난 2000년에 출범한 ‘에르메스 미술상’은 본격적으로 컨템포러리 아트에 주목한 미술상으로, 미술계 전문인들이 협업하여 당대를 대표할 만한 작가들을 선정함으로써 한국의 뛰어난 예술가들이 성장하는데 일조해 왔다. 이 활동을 근간으로 2006년에 비로소 전시공간을 마련한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가능성의 미학을 향한 열정과 지원 활동을 자체 전시 기획을 통해 확장하고 있다.


매년 3회의 전시를 통해 동시대 국내 작가들은 물론 프랑스를 위시한 해외 미술을 소개하는데도 적극적인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규모의 경쟁을 떠나 매번 흥미로운 전시로 주목받아 왔다. 2020년의 경우, 제 18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의 수상자인 전소정의 개인전이 그 시작을 알렸다. 이상의 시 <새로운 상점>을 모티브로 영상, 조각, 출판 작업으로 전개된 이 전시는 작가의 파리 레지던시의 경험과 근대문화의 영향관계를 서울, 도쿄, 파리의 공간과 근현대의 시공간으로 확장한 전시였다. 현재 진행 중인 그룹전 <다른 곳>은 삶이 뿌리내리기 힘든 현대의 非장소들과 이미 우리 삶의 일부가 된 사이버 공간, 그리고 팬데믹 이후의 변화하는 공간 개념을 ‘다른 곳’으로 정의하며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김동희, 김희천, 노상호, 손광주, 조재영의 회화, 조각, 영상, 설치로 살펴보는 전시다. 올해의 마지막은 현대문명에 대한 남다른 비평으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 온 시프리앙 가이야(Cyprien Gaillard)의 개인전을 통해 동시대 미술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할 것이다.


패션 하우스의 한 공간을 차지하는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미술을지속적으로 지원하려는 재단의 순수한 의지와 그 공간을 운영해 온 전문가 그룹, 그리고 패션과 예술을 사랑하는 폭넓은 애호가층이 함께 한국 미술계의 지형에서 빛나는 한 지점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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