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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현대미술관회

SIMPLE 2015  장욱진 & 김종영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변종필 (양주시립장욱진미술 관장, 미술평론가)



“나는 심플하다”- 장욱진 “표현은 단순하게- 내용은 풍부하게”- 김종영


<SIMPLE 2015-장욱진 & 김종영>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아 1910년대 이후 동시대를 살면서 현실과 거리를 두고 오직 예술가의 길을 묵묵히 정진한 화가 장욱진과 조각가 김종영의 삶과 작품을 ‘심플(SIMPLE)’이라는 키워드로 미적가치와 의미를 되돌아본 기획전시이다. 장욱진과 김종영은 회화와 조각이라는 장르간의 근본적 차이가 있는 만큼 표면적으로만 보면 매우 대조적이다. ‘야인적 기질과 선비적 자세’, ‘교수와 전업 작가’, ‘평면과 입체’ 등 삶의 방식이나 표현영역에서 확연한 차이를 지녔다. 조각가 최종태는「그 정신적인 것, 깨달음에로의 길」에서 “두 분은 서로 달랐다. 김종영 선생은 동양을 잘 이해하면서 서구의 조형사고로 행동하였고, 장욱진 선생은 서양을 잘 이해하면서 동양적 사고로 행동하였다. 한 분은 그리스를 근간으로 하고 있고, 한 분은 노장과 불과 근간으로 하는 동양적 사고를 지니고 있는 듯싶었다.”라며 두 작가의 예술 세계를 언급한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근본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작가가 성취한 예술세계와 정신은 여러 면에서 상통한다. ‘자연과 인간에 바탕을 둔 예술세계’, ‘동서양을 통찰한 예술 정신’, ‘심오한 직관’, ‘비정형 형태’와 ‘소품 위주’ 등 예술정신과 조형적 특징에서 공통점을 지녔다. 궁극에 두 작가를 ‘심플’이라는 개념으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작품의 근간’과 ‘삶의 태도’에 있다. ‘심플’은 일반적으로 ‘단순한, 소박한’ 정도의 의미로 해석되지만, 그 사전적 뜻을 조금만 넓혀 봐도 ‘간단한, 정교하지 않은, 장식 없는, 수수한, 검소한, 뽐내지 않은, 겸손한, 순진한, 천진한, 성실한, 절대적인, 거짓 없는’ 등 매우 광범위한 의미를 지녔다. 이런 다양한 의미가 두 작가의 예술작품에서 공통적 특성으로 나타나는 것이 절묘하다. 알다시피 두 작가는 자연을 모티프로 삼았지만, 자연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지 않았다. 최대한 인위성을 없애고, 획일적인 형식을 탈피했다. 기교보다는 순수함과 소박함을 중시하며 궁극에는 가장 심플한 형상을 추구했다. 자연을 근간으로 한 두 사람의 심플한 작품은 노자가 말한 대성약결(大成若缺), ‘최고의 완성은 마치 비어있는 듯하다’라는 자연의 본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김종영의 “나는 자연을 관찰하는 데 게으르지 않았으며 인체나 식물에서 불순(不純)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말이나 장욱진의 “태양과 강과 태고의 열기를 뿜는 자갈밭, 대기를 치스치는 여름 강바람-이런 것들이 나 역시 손색없이 자연의 아들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이럴 때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공허하지 않다. 자연의 침묵이 풍요한 내적 대화를 가능케 한다”라는 말에서 자연을 대하는 두 화가의 시선을 만날 수 있다. 김종영의 작품을 ‘불각(不刻)의 미’로 칭한 것은 자연물체의 본성을 깨우듯 물질의 원형을 돋보이게 하지만, 재료(돌)를 다룸에서는 지극히 자연적 형태를 해치지 않음에 있다. 장욱진 역시 자연을 패턴화하거나 개념화하지 않고, 자연의 순수한 세계를 욕심 없이 바라보며 자연이 지닌 원초성을 가장 심플한 형상으로 표현했다. 어떤 욕심도 찾기 힘든 두 사람의 조형세계는 그 자체가 완성하지 않은 또 하나의 자연이다. 두 작가는 ‘최고의 완성은 미완성인 듯 하다’는 자연의 본질을 꿰뚫어 궁극에 ‘자연스러움’이 성취하고자 하는 미적 가치임을 보여준다. 대자연의 질서를 거스르지 않은 조형성야말로 <SIMPLE 2015-장욱진 & 김종영>의 전시에서 목도할 수 있는 진면목이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미술평론가 김이순의 말처럼 기교와 인위성 배제라는 두 작가의 공통적 특질이 동양사상과 관련 있음을 부정할 수 없지만, ‘장욱진과 김종영 작품의 단순성은 전통 민예품이나 민화에서 간취되는 무기교의 기교, 무계획의 계획, 무관심성과는 확실히 구별된다.’는 점이다. 장욱진의 순수와 김종영의 단순은 끝없이 정진한 자기탐구와 철저한 자기대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욕심을 내지 않은 삶’, ‘있는 것에 만족하는 검소함’, ‘자신의 능력을 뽐내지 않은 겸손함’, ‘자신과 남을 속이지 않는 솔직함’ 등 자신을 둘러싼 욕구를 비워내는 실천적 삶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다. ‘심플하다’의 참뜻이 여기에 있다. “생활자체가 심플이다.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언행일치를 보여주셨다. 심플, 심플 하시면서 실생활을 그렇게 심플하게 사셨다. 그런 것이 자연스럽게 그림에도 나타나고, 생활로 이어지고 그랬다. 심플은 영혼의 자유로움과도 상통한다고 보았다.”라고 말한 장녀 장경수의 말이 장욱진이 외친 심플의 진정한 독법(讀法)이라 여겨진다. 세속적 욕심이나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연의 순수한 예술적 이상을 추구하고, 자연의 본질을 탐구하며 오롯이 자기만의 조형세계를 구축한 장욱진과 김종영. 철저한 무아(無我)를 통해 심플한 삶과 예술을 추구했던 두 거장의 예술정신은 혼탁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삶의 태도이자 정신이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 ‘심플’을 사람이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모든 것에 필요한 관계학의 근본으로 삼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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