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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현대미술관회

장욱진미술관

CHANG UC CHIN MUSEUM, 경기도 양주시 소재



최-페레이라 건축 (최성희, LAURENT PEREIRA)

장욱진 미술관 배치도

장욱진 미술관 배치도 2

장욱진미술관은 2013년 가을 개관 예정으로 경기도 양주시 장흥에 확보한 6,204m©˜(1877평)의 부지에 연면적 1852m©˜(560평) 규모로 건축중이다. 장욱진미술문화재단(이하 재단)과 양주시가 협력하여 만드는 경기 북부 최초의 국공립 미술관으로서, 화가 장욱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즐겨찾는 미술관, 예술의 가치가 공공적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2010년 여름휴가를 앞두고 장욱진미술관건축위원회(이하 위원회)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지명현상설계 참여의사를 묻는 내용이었다. 한국 건축계와 태생적 연결고리가 없는 우리들은 갑작스런 지명에 어리둥절했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싶은대로 해보자. 우리가 당선될 리가 없지 않은가. 케이스 스터디로 본다는 처음의 자세는 설계 과정에서 변해갔고 제안서 제출 즈음에는 당선이 안될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1차 제안서 심사, 2차 프리젠테이션 심사를 거쳐, 같은 해 12월1일 1순위 계약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

앞서 말한 ‘어떻게’라는 방법적이며 때로는 전략적 문제로부터 우리는, 그리고 모든 건축가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다. 먼지 날리며 공사중인 미술관에 대해 지금은 설계의 비밀을 조금 얘기해야 할 때인 것 같다. 아직은 성취된 건축이 그 앞에 선 사람에게 공간의 진실을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과학이 물질에 대한 정확한 기술을 하려는 시도라면, 예술 작품은 감각의 문제와 관련된다. 그렇다면 미술관 설계는 건축의 문제로서의 감각과 미술의 문제로서의 감각 그리고 기술을 오가는 상당히 복합적인 일이 된다. 그리고 거기서 과학과 예술과 철학은 서로 정확한 경계를 확인하기 전에 서로 얽혀들어가게 된다.


장욱진 미술관 모형도와 평면도

예로, Kanazawa 21세기 미술관에서는 평면에 뿌려진 듯 위계없는 방들을 들락거리며 경계의 확산을 반복적으로 경험함으로서 현대성에 대한 공간적 설명을 듣게된다. Kunsthal Rotterdam에서는 분절 없이 병치된 공간들, 공간적 꼴라쥬를 경험한다. Pompidou에서는 작품의 내용적 감상과 별개로 쇼핑몰과 같이 쉽고 노마드적 공간 배치에서 친숙감을 느끼며, 예술 대중화를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중성적 전시공간이라는 미술관을 기술의 문, 철학의 문, 문화의 문을 통해 들어가 현대성을 획득하였다. 장욱진 미술관 설계는 어떤 문을 먼저 열어야 하는 숙제인가? 대지, 건축비, 건축주 요구, 문화적 배경, 작품세계 들은 특수한 짜임을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매우 구체적인 맥락적 질문들이 던져지는 상황이다. 여기서, 특정 질문을 무시하는 태도까지 포함한 여러가지 답을 제시하기가 가능하다. 화가에 대해 말할 것인가, 우리의 건축에 대해 말할 것인가.


그러나, 장욱진은 이미 작품으로 자신을 표현했다. 이번에는 건축가의 독자적 스타일을 발전시키지 않더라도 화가의 작품과 스타일이 곧장 하나의 방향성, 형태와 공간을 만들어내는 구체적 방법을 만들어줄 수 있었다. 그리고 크게 어렵지 않게 설계가 진행되었다. 이는 미술이거나 건축이거나 예술이 결국 미적 구성이라는 공통의 숙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예술세계를 포착함 으로써 또다른 예술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장욱진의 예술세계라는 별에 건축이라는 별을 더해 하늘에 별자리를 만들려는 시도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장욱진의 그림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의 작품들에서 보여지는 동물과 가족, 들판과 집-방의 공간들은 투시도적으로 표현되지 않았으며 상징도 아니고 원초적인 것도 아니다. 가족의 정신적 공간이다. 보편적이고 시각적이지만, 묘사적 이거나 추상적이지 않다. 그리고 이것이 매우 작은 화폭 안에 있는 것이다.


사람과 동물, 나무, 해와 달은 장욱진 그림 안에서 서로 친구가 되고 동격의 존재가 되어 모인다. 그곳에서 위계의 문제가 사라지고 이웃의 방법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이들 주제들이 갖는 관계의 상대성은 새로운 공간적 배치를 만들어 내고, 우리에게, 정신적 풍경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 풍경들이 친근하게 느껴지며 하나의 가능한 세계로 다시 기억되기 시작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처음의 장소, 방을 생각하게 되었다.


장욱진, 밤과노인, 1990, 갠퍼스에 유화, 41x32cm

방, 공간이 시작되다.

방은 정신적 공간, 정신이 태어나 자라는 첫 장소이다. 그리고, 방은 한없이 깊지만 그 깊이를 숨기고 있다. 이 근원적이며 단위적 공간이 미술관 공간을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다. 우리의 처음 상상은 이 방들이 모여 있지만 한옥의 방들처럼 주변의 풍경을 품을 수 있는 그런 미술관이다.


하나의 몸을 만들다.

방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여들었다. 그들은 모양이 조금씩 다르고 크기가 조금씩 다르지만, 합쳐 하나의 몸을 만들었다. 이 몸체는 산과 강이 펼쳐진 풍경 안에서 자유롭게 자리를 잡았고, 이곳 저곳 사방을 모색하고 바라본다.


풍경을 움직이다.

그림은 우리가 집중하는 대상이지만 공감의 방식으로 우리를 대상화한다. 마찬가지로 그가 속한 공간은 대지 안에서 오브제로 존재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으며, 산과 강이 미술관을 통과해 시각적 존재감과 밀도를 갖기원한다. 비어있던 대지와 풍경은 의미있는 규모감과 이미지를 얻는다. 이렇게 공간이 만들어졌고, 재료를 정하며 구체적인 존재가 되어갔다. 그리고 미술관은 뒷산에서 물가로 내려온 동물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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