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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사진현대미술관회

롱(龍)뮤지엄 웨스트 번드

Long Museum West Bund, Shanghai, China

Arch. Atelier Deshaus


천의영 (한국건축가협회 수석부회장, 경기대 교수)

National Museum of Qatar, Doha, Qatar
1950년대 산업유적 석탄 호퍼 하역교와 함께 보이는 롱뮤지엄 웨스트 번드. Photo credit : Hufton+Crow


상하이 롱뮤지엄은 한 도시에 2개의 뮤지엄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하나는 초현대적 마천루들이 들어서는 푸동에 위치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과거 물류의 중심지였던 황푸강 유역의 웨스트 번드에 위치한다. 현재는 총칭에도 롱뮤지엄을 개설하여 3개의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 최대 사립 미술관의 하나이다. 롱뮤지엄 웨스트 번드의 부지는 원래 석탄 수송 부두로 사용되었던 곳이다. 1950년대에 건설 된 길이110m, 폭10m, 높이8m의 석탄 호퍼 하역교와 지하 주차장이 건축그룹 아뜰리에 데샤우스(Atelier Deshaus)가 새로이 디자인하는 롱뮤지엄 웨스트 번드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이들은 이 지역 산업흔적의 평범한 유물들도 중요한 역사적 역할을 한다는 생각에 기초하여 이 부지에 남아 있던 하역교 구조물과 지하주차장의 구조를 기본 모듈로 하여 건축설계를 진행하였다. 2010년 상하이 문화유물위원회가 양푸지구 16km 길이의 강변을 따라 쑤처우강 남쪽의 1백만 평방미터 이상의 허물어진 역사적 창고를 주목하고, 이 강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로의 '역사적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선언한 것과 그 맥락이 닿아 있다.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건축그룹 아뜰리에 데샤우스는 2001년 상하이에서 설립되었으며 동지대 대학원을 졸업한 리우이춘(Liu Yichun)과 첸이펑(Chen Yifeng)을 중심으로 약 25명의 스태프가 협력하는 중견 건축사무실로 중국 국내외 여러 건축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들은 각각의 건축 관행을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는 기회로 간주하며, 건축의 감성과 형상의 문제에 관심이 있다. 롱뮤지엄 이외에도 상하이 모던아트뮤지엄(2016), 타이주 현대미술관(2019) 등 중국의 현대미술관 건축으로 미술관건축 애호자들에게 알려져 있다. 이 롱뮤지엄 웨스트 번드를 방문했을 때 받은 인상은 크게 3가지였다.



첫째는 오래된 석탄 호퍼 하역교와 새뮤지엄 건축이 당당히 함께 공존하는 점이다.


T형 캔틸레버 구조벽이 바람개비형으로 만나는 내부 전시공간

오래된 석탄 호퍼 하역교를 존치하며 새로운 뮤지엄 건축을 시작한 것은 앞서 이야기한 상하이의 도시역사와 관련이 깊다. 1842년 8월 1차 아편전쟁에서 패한 중국은 굴욕적인 불평등조약인 난징조약을 체결하였고, 1843년 10월에 후먼조약을 체결하여 영국 영사인 조지 밸푸어가 11월에 부임하게 되고 약 100년 동안 구미 열강의 조계지로 남게 된다. 영국과 프랑스연합국이 주축이 된 2차 아편전쟁(1856-1860)의 승리 이후에는 유럽 제국들이 상하이와 동아시아 다른 항구 도시들에 식민지 확장정책의 일환으로 대규모 선박 진입을 위한 항구와 조계지를 건설했고 상하이에도 영국, 미국, 일본, 독일, 러시아, 스페인 등 10개국의 공동 조계지와 프랑스 조계지가 형성되었다.

이후 국제무역을 위해 상하이 황포강변 모래사장에 창고나 세관, 은행 등의 건축물이 들어선 곳이 바로 번드지역이다. 하지만 1949년 중국공산당이 집권한 이후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이 번드지역에는 새로운 건물이 지어지지 않았고,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기존 창고가 개조되거나 공장들이 이 지역에 들어섰다. 이러한 지역산업의 역사와 흔적을 롱뮤지엄 웨스트 번드 건축배치의 내부에 넣고 이를 핵심 출발점으로 활용하여 옛 것과 새 것이 당당히 함께 공존하도록 하였다.



둘째로는 T형 볼트구조벽으로 단순하면서도 개방된 전시공간을 만들어 낸 점이다.


건축그룹 데샤우스는 이 뮤지엄 건축에서 ‘여러 방을 차례로 묵상하며 돌아다니는 정해진 순로의 연속’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싶었다. 설계를 진행하고 아치형 지붕 구조의 개념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입체화된 전시공간의 구축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로마의 유적, 하드리안 빌라를 여행하며 구조와 공간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이들은 소위 ‘볼트-우산(vault-umbrella)’의 T형 볼트구조벽이 서로 직각으로 만나 새로운 공간변화가 이루어지고 구조물의 높낮이를 지하와 1층으로 바꾸면서 미술품의 전시공간 자체가 다양한 방식의 개방공간으로 구성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단위구조 부재인 T형 볼트구조벽이 내부에 스프링클러나 조명, 전기, 공조 등 설비를 숨겨서, 전시공간에서는 노출콘크리트 마감면과 미술품 이외의 시각적 간섭이 최소화되도록 하였다. 이것이 뮤지엄 내부에서 높은 천정과 함께 전시물에 집중하게 도와주는 공간장치이기도 하다. T형 캔틸레버(cantilever) 구조벽이 바람개비형으로 만나는 전시공간 사이엔 천창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하면서 내부 전시공간의 극적인 변화가 만들어지고 그 교차점에 구형 예술품이 매달리면서 공간 연출의 백미를 형성하고 있다. 이러한 전시공간은 건축물의 외부에 투영되어 T형 볼트구조벽의 단면이 입면으로 드러나며 평평하게 마감된 유리 또는 익스펜디드 메탈(금속망)과 함께 단순한 건물 형상을 강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셋째는 단위구조 부재를 통한 건축물의 구축과 축조방식이 흥미롭다는 점이다.


시각적 간섭을 최소화한 스프링쿨러와 섬세한 인공조명의 내부 전시공간

단위구조 부재이자 공간구축 부재인 이 T형 볼트구조벽은 작은 금속 빔으로 부재들을 서로 연결하여 지진이 발생해도 연결 빔들이 서로 부축되며 내진 성능이 높아지도록 하였는데 이는 설계 초기단계에서 기존의 지하주차장 구조와 함께 전체 건축물의 축조와 구축을 고려하여 전시공간을 총체적으로 디자인하였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구축의 측면에서 보면, 피터 줌토르(Peter Zumthor)의 발스(Therme Vals) 사우나건물의 구축방식과 상당히 유사한 점이 있다. 여러 콘크리트 단위부재들이 ‘L’자형으로 구조벽과 프리스트레스(prestressed)된 지붕이 일체화되면서 이들이 모여 전체 건물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발스 사우나에서 각 단위부재가 만나는 틈새 빛을 통해 욕장 상부에 자연광이 들어오는 장면이 인상적인데, 이곳 롱뮤지엄에서도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거대한 T형 볼트구조벽들이 만나며 자연광들이 볼트형 아치를 따라 유입되고 있다. 드론으로 찍은 지붕외부 영상 모습을 살펴 볼 때, 상당한 유사점이 발견되기도 한다. 다만 롱뮤지엄은 박스형의 발스 사우나보다 볼트형 아치를 통해 부드러운 T자 형상으로 8.4m 정도 뻗어나가면서 훨씬 더 수려한 더블 볼륨의 입체 공간을 형성하며 상당히 진화된 형태로 전체 건물 33,000㎡의 넓은 공간을 보다 입체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롱뮤지엄의 건축주인 류이치안(刘益谦)은 국제 미술시장의 큰 손의 하나로 주식투자, 부동산, 그리고 제약업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하였고, 중국 전통예술, 중국혁명예술, 그리고 근현대 서양예술 등의 예술품들을 주로 수집해 왔다. 그는 국제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명대의 도자기는 물론 2015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탈리아 화가 모딜리아니의 ‘누워있는 나부’를 1억 7040만 US달러에 사들인 바 있었다. 최근에는 뉴욕 맨하탄 센트럴 파크 남쪽 Billionaires’ Row에 위치한 157 빌리어내어 빌딩의 고가 아파트를 구매하며 다시 한 번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코로나 19 팬데믹과 미중의 갈등 속에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중국 미술시장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아울러 중국의 건축가들과 뮤지엄 건축도 점점 더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리라 예상된다. 이는 한국건축이 더욱 분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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