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작성자 사진현대미술관회

천년역사 영국건축의 어제와 오늘

김종성 건축기행



김종성 (건축가)



나는 지난 7월 초순에 영국 건축기행을 다녀왔다. 10여 년째 관심 있는 서울건축 동문들과 아는 사람들이 모여서 건축에 초점이 맞추어진 여행을 한다. 이런 동호인 모임이 유럽대륙을 네 번이나 다녀왔는데, 어쩌다가 영국을 함께 여행하는 것은 금년이 처음이었다. 일행 몇이 머리를 맛 대고 기획한 여정은 런던 히스로(Heathrow) 공항에서 바로 항공편으로 글라스고(Glasgow)로 가서 이번 “건축구경”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글라스고에서 육로로 영국을 종단해서 캔터베리(Canterbury)까지 내려갔다가 런던에서 사흘을 보내는 코스였는데, 현대건축은 주로 런던에서 답사하였고, 에든버러(Edinburgh)에서 서서히 남쪽으로 움직이면서 여러 노먼(Norman) 양식, 고딕양식의 중요한 건축물을 볼 수 있었다.


매킨토시(Charles Rennie Mackintosh)의 글라스고 미술학교(Glasgow School of Art 1897~1909) 본관은 작년에 화재로 제일 중요한 도서실 공간, 스튜디오와 계단실이 크게 파손되어 복구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길 건너에 국제현상설계로 선발되어 스티븐 홀(Steven Holl)이 설계한 미술학교 신관을 답사하고, 매킨토시의 윌로우 티룸(Willow Tearooms) 역시 둘러보았다.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 설계의 직경 120미터의 원형 대규모 이벤트 홀 SSE 하이드로(Hydro)를 견학하고 다음 목적지 에든버러로 갔다. 에든버러 성, 로열마일 등은 당연히 “의무적”으로 보았지만, 일행에게 좀 더 관심이 높았던 것은 근거리에 있는 달메니(Dalmeny)의 12세기 전반에 건축된 교구교회(parish church)와, 포스(Forth)강을 가로지르는 1890년에 완성된 2523 미터 스팬의 포스 하구(Firth of Forth) 철교를 보는 것이었다.


사진 1. Durham 대성당 내부 전경 - 마름모(Lozenge), 갈매기(Chevron) 문양이 음각된 원기둥 위에 1133년에 리브볼트(Rib vault)의 천정이축조되었다.

스코틀랜드에서 잉글랜드로 내려오면서 제일 먼저 답사한 역사적 건축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더럼(Durham) 대성당(1093~1133, 사진 1)이었는데, 마름모(lozenge), 갈매기(chevron) 문양 등으로 음각이 된 듬직한 원통형 기둥들이 약 120미터 길이의 네이브(nave)를 구성하고, 그 공간을 1133년에 립 볼트(rib vault) 천정으로 축조하여 완성된 노먼 건축양식의 최대걸작중 하나이다. 립 볼트는 고딕 건축양식의 특징 중 하나로 1144년에 파리 근교 생 드니(St. Denis) 수도원 교회의 성가대석(Choir 또는 Quire)에 처음 모습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내려오지만, 더럼 대성당의 천정에 노먼 건축양식의 구성요소로서 먼저 선보인 것은 특기할만하다.



사진 2. 캠브리지 대학교 King's College Chapel 내부전경 - 아름다운 천정의 팬 볼트(Fan Vault)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잉글랜드를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요크 대성당(York Minster), 셀비 수도원 교회(Selby Abbey Church), 링컨(Lincoln), 피터버러(Peterborough), 일리(Ely) 대성당을 답사하고, 캠브리지(Cambridge) 대학교 킹스 콜리지 채플(King’s College Chapel 1446~1515, 사진 2)을 살펴보았는데, 이 대학교회는 1441년에 헨리 6세가 킹스 콜리지를 설립한지 5년후 에 공사가 시작되어 70년후 에 완성되었다. 헨리 6세는 이 대학교회의 규모를 폭 12미터, 길이 88미터, 교회 네이브(nave) 천정높이 24미터, 외벽높이 29미터로 캠브리지에서 가장 훌륭한 건축으로 지을 것을 지시하였다. 킹스 콜리지 채플은 그 천정의 부채모양 볼트(Fan vault)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최고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고, 이태리 반도의 피렌체에서 르네상스가 태어 난지 90년이나 시간이 경과했든 시점에 후기 고딕양식 건축이 영국에서 개화했다는 것이 흥미로운 건축역사의 한 편린이다.



사진 3. Tewkesbury Abbey Church 내부전경 - 노먼시대의 원통 기둥위에 후기 고딕 볼팅이 얹혀져 있다.

사진 4. Salisbury Cathedral - 크로싱의 벽면안에 플라잉버트레스가 놓여 있다.

캠브리지에서 코스를 남서쪽으로 돌려서 튝스베리(Tewkesbury) 수도원 교회(사진 3), 글러스터(Gloucester) 대성당, 바스(Bath)의 로마시대 대 욕장 유적, 로열 크레슨트(Royal Crescent) 계획단지, 스톤헨지(Stonehenge)를 답사하고 솔즈베리(Salisbury)에 왔다. 솔즈베리 대성당(The Cathedral Church of the Blessed Virgin Mary, Salisbury 1220~58)은 영국 고딕건축의 최대걸작중 하나인데,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원본 넷 중 하나를 간직하고 있고, 영국에서 제일 높은 123미터 첨탑을 자랑한다. 솔즈베리 대성당에서 건축하는 일행에게 흥미로웠던 것은 네이브(nave)와 트랜셉트(transept)의 크로싱(crossing)에 플라잉 버트레스(flying buttress)가 외관에서뿐 아니라 대성당 내부공간을 구성하는 벽면 안에도 배치돼 있는 것 이었다 (사진 4). 그 웅장한 규모와 조화로운 비례로 솔즈베리 대성당은 하이고딕 양식(High Gothic style)의 최대걸작의 하나로 손꼽힌다.


우리일행의 건축기행은 솔즈베리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캔터베리 대성당(The Cathedral and Metropolitan Church of Christ at Canterbury)을 답사하였다. 캔터베리 추기경은 영국교회의 수장이고, 캔터베리 대성당은 구 성벽밖에 인접해 있는 세인트오거스틴 수도원(St. Augustine‘s Abbey), 세인트 마틴 교회(St. Martin’s Church)와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있다. 캔터베리 대성당은 로마시대의 신전 자리에 처음 창건되었고, 앵글로색슨 양식으로 개축된 흔적도 있는데, 정복자 윌리엄(William the Conqueror)이 영국을 장악한 1066년 이듬해에 대화재로 소실된 먼저 성당의 기초와 기둥위에, 첫 번째 노먼왕실에서 임명한 추기경으로 부임한 랑프랑(Lanfranc)의 지휘아래 본격적으로 노먼 양식으로 건설이 되었고, 1172년 또 한 번의 대화재 후에 고딕양식으로 많은 부분이 다시 지어진 건축이다. 1170년 캔터베리 추기경이었던 토마스 베켓(Thomas Beckett)이 헨리 2세의 무사들에 의하여 살해되면서, 대성당이 순례지가 되었던 것은 잘 알려진 얘기이고, 초서(Geoffrey Chaucer)의 “캔터베리 얘기”로도 유명하다.



사진 5. 벡슬리 히스(Bexley Heath, Kent) -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의 "레드 하우스(Red House)"

캔터베리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런던으로 가는 도중에 지나가게 되는 벡슬리 히스(Bexley Heath)라는 작은 도시는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가, 그가 건축공부 할 때의 선생이었던 건축가 필립 웹(Philip Webb)과 협동으로 1859년에 신혼보금자리로 지은 레드 하우스(Red House, 사진 5)가 있는 곳 이어서, 우리일행은 잠시 버스를 우회시켜서, 150년 넘은 그 주택을 돌아보았다. 웹 은 네오고딕 스타일 외관을 디자인했고, 모리스 자신이 당시로서는 아주 새로운 인테리어를 디자인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런던에 “입성”하면서 일행의 관람과 답사의 초점이 바뀌어서, 브리티시 뮤지엄(The British Museum),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와 인접한 대지에 약 30년 전에 증축된 샌스베리 윙(The Sainsbury Wing), 테이트 브리튼(Tate Britain),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The Victoria & Albert Museum, The V&A 라고도 불림)을 관람하고, 서펜타인 갤러리(The Serpentine Gallery)와 금년에 스페인 건축가 호세 셀가스(Jose Selgas)와 루시아 카노(Lucia Cano)가 디자인한 2015년 파빌리언을 거닐며 체험하였고, 물론 런던에서도 웨스트민스터 사원(The Westminster Abbey)과 센 폴 대성당(The St. Paul’s Cathedral)과 같은 역사적인 건축도 빠뜨리지 않았다.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이 가장 두드러졌던 영국에서, 불과 2~30년 사이에 제임스 스털링(James Stirling 1926~1992)의 1987년 화제작 클로어 갤러리(The Clore Gallery, 테이트 브리튼의 한 부분)는 관람객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을 보면서 포모(PoMo)가 얼마나 단명했고, 건축적인 당위성이 약했었는지 새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진 6. Rogers Stirk Harbour 설계 (Leadenhall Building - 하이테크건축의 디자인 어휘가 외관에 과시되어 있다..

런던의 금융가 씨티(The City of London)에 지어진 현대건축을 여럿 답사하였는데, 1984년에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gers)가 완성한 로이드즈 빌딩(Lloyd’s Building), 로저스의 새 설계조직인 로저스 스터크 하버(Rogers Stirk Harbour) 설계의 현재 완공단계에 있는 레든홀 빌딩(The Leadenhall Building 사진 6),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의 2003년 스위스 리(Swiss Re 재 보험사 사옥, 별명이 “잔 오이” The Gherkin), 렌조 피아노(Renzo Piano)의 유럽에서 제일 높은 고층빌딩인 2012년 완성된 “샤드”(The Shard “깨진 유리조각”) 등이다. 위 건물들뿐 아니라 영국에서 지난 몇 년 사이에 지어진 많은 새 건축물들이 하이테크(Hi Tech) 건축이 태어난 사회답게 하이테크의 특징들을 건축외관에 적극적으로 과시하는 것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스위스 리 건물 전면 플라자에 설치미술로 작은 인형들을 나무 심는 곳에 배치해 놓은 것이 흥미로웠다. (사진 7)


사진 7. Norman Foster 설계 Swiss Re 재보험회사 빌딩 정문앞 광장 - 설치미술 인형과 11살 소녀의 모습

사진 8. 왕립식물원(Kew Garden) - 1840년 Decimus Burton 설계에 의하여 건설된 Palm House 야자수 온실

사진 9. Joseph Paxton) 설계, 851년 런던 만국박람회 Crystal Palace - 행사후에 사이든함(Sydenham)으로 옮겨 지어진 건물 전경, 1936년 화재로 소실되었다.

런던 시내를 떠나 히스로 공항 가는 도중에 큐 가든(The Royal Botanic Gardens, Kew)에 잠시 들러서 팜 하우스(The Palm House, 야자수 온실, 사진 8)를 답사하였다. 1844~48년에 세워진 이 식물원은 데시머스 버튼(Decimus Burton 1800~81)이 설계하였고, 버튼은 일찍이 조세프 팩스튼(Joseph Paxton 1803~65)과 협동하여 챗쓰워스(Chatsworth)에 있는 팜 하우스(1836~40)를 설계하였었는데, 팩스튼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의 길이 1851피트(약 550미터)의 크리스탈 팰래스(Crystal Palace 사진 9)를 일 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건설한 인물이다. 산업혁명 발상지의 위상에 걸맞게 런던은 세계 최초의 만국박람회 공간으로 크리스탈 팰래스를 건설하였으며, 표준화된 주철, 판유리부재, 조립식 공법 개념의 도입은 모더니즘의 태동을 예견하는 중요한 건축사의 이벤트였다.


먼저 언급했듯이, 지금 지어지고 있는 영국의 현대건축이 하이테크 디자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미국이나 유럽 다른 나라에서는 건축가들이 도입하고 싶어도 경제성 때문에 활용되지 않고 있는 것에 비춰 볼 때, 영국건축계의 오랜 전통과 영국사회의 건축에 대한 높은 인식을 느낄 수 있는 현상이었다. 더럼(Durham), 솔즈베리(Salisbury), 캔터베리(Canterbury)대성당 같은 역사적인 건축을 다시 보는 것은 건축하는 일행에게는 하나의 청량재이고, 영감의 원천이기도 하였다.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