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 공원 앞에 위치한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경연장이나 다름없는 패션 하우스들의 본사 사옥 가운데서도 특별한 의미와 아름다움을 가지고 존재한다. 정방형의 대지를 유리 패널로 감싼 모던 건축물의 외양으로 변하지 않을 단아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한옥에서 영감을 얻은 중정과 각층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계단을 통해 소통의 디테일을 더한 것이다. 이 건물은 패밀리의 모친이자 건축가였던 故르나 뒤마의 유작으로서 남다른 여운을 더한다.
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관객들은 ‘바늘’과 ‘보따리’를 통해서 끊임없이 이동하는 작가의 몸과 함께 김수자의 작업세계에 동참해 왔다. 그의 퍼포먼스와 오브제들에서 포스트 모던적 유목주의 혹은 글로벌 컬처를 읽는 사람들도 있고,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한국적 오브제들과 색깔, 동양문화에 대한 참조들을 민족적 정체성, 페미니즘 등과 연결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이동, 다문화주의, 다름을 지향하는 오늘날, 각각의 문화적 코드와 참조들은 소속 집단의 정체성을 반영한다.